천국과 지옥 : 어느 선사의 이야기

책 -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

 

 

사납고 건장한 모습의 사무라이 한 사람이 깊은 명상에 빠져 있는 어느 선사(Zen master)에게 다가갔습니다. 사무라이는 참을성 없고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선사를 향해 거친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천국과 지옥이 뭔지 말해보시오."

선사는 눈을 뜨고 사무라이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경멸하는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왜 내가 너

처럼 초라하고, 역겹고, 힘 빠진 멍청이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말이냐? 네 모습을 더 이상 참기가 어려우니 내 눈앞에서 썩 사라져라. 나는 그런 얼빠진 질문에 답할 시간이 없다."

그 사무라이는 이런 모욕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그는 선사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릴 작정으로 칼을 빼서 치켜들었습니다.

선사는 사무라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옥이니라."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자신이 순식간에 분노의 손아귀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겁니다. 그의 마음은 억울함, 증오, 자기방어, 분노에 가득한 지옥을 스스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자신이 깊은 괴로움에 빠진 나머지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지
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무라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는 칼을 옆으로 치우고 두 손을 합장하며 깨달음을 얻게 해준 데 감사하는 절을 올렸습니다.

선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천국이니라."